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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학의천의 잉어와 여의도생태공원의 창포(?)


5월의 마지막 주말인 29일 토요일 아침 9시, 회사의 동호회 사람들과 함께 하트 코스를 달렸습니다.

5월 중순 불광천을 걸어 난지공원으로 가다가

잉어 한 마리가 격렬하게 산란을 하느라 몸뚱이 윗부분 절반을 물밖에 내놓은 장면을 핸드폰으로 찍었는데,

그 파일이 담긴 mini SDHC 카드가 "뻑"이 나는 바람에 파일도 날려버렸습니다.

별로 선명한 사진은 아니었지만,

생명과 자연, 환경을 핑계로 4대강 공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잉어들이 산란하고 죽은 모습까지 공사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특히 오마이뉴스 기자로 나선 최모 목사님 등)에게

생생한 증거로 보여줄려고 했는데,

그게 날아가버린 겁니다.

그때 똑딱이 디카라도 가지고 다녔더라면, 사진이 날려먹지는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에

이미 잉어들의 산란철은 끝났을 테지만,(잉어들의 산란은 5월 중순이 제철이라고 합니다)

혹시나 하고 똑딱이 디카를 가지고 나섰습니다.

역시 잉어들은 보이지 않더군요.

산란이 끝났으니, 산란을 위해 억지로 올라온 양재천이나 학의천, 안양천 같은 얕은 개천에 머물 이유가 없겠지요.

양재천에서 잉어를 볼 수 없어서 잉어 사진은 못 찍을 줄 알았습니다만,

학의천에 접어들자마자 "잉어만한 크기의 대짜 잉어"들 십 여 마리가 얕은 물에서 노닐고 있습니다.

팀들은 저앞에 달려가버리고, 저는 자전거를 눕히고 똑딱이를 꺼내서 사진을 찍기 시작하는데,

잉어들은도 물 밖의 불청객이 다가오는 낌새가 싫어하는 모양입니다.

물가에 있던 년놈들(?... 확인 못했습니다. 죄송.)이 물 가운데로 스멀스멀 헤엄쳐 도망가버립니다.

잘 보시면 중심에서 11시 방향 쪽에 두 마리 정도가 2시 방향으로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산란도 끝났는데 잉어들이 이런 얕은 개천에?
헤엄 동작도 산란 동작처럼 격렬하지도 않은데?


마침 학의천에 자주 나오시는 걸로 보이는 동네 할아버지 한 분이 보이길래 물어보았습니다.

"잉어들 산란철인가요?"

"산란철은 지났을 껄?"

음... 이름만 전문가인 사이비들보다는 직접 눈과 몸으로 경험한 이런 분들의 증언이 더 신빙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잉어들이 산란하고 바로 떠나는게 아닌 모양입니다.

새끼들이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돌봐주는 걸까요? 아니면 좀 더 몸조리를 하고나서 큰 물로 가는 걸까요?


불광천에서 본 잉어는 한 마리였는데, 아마 암컷이었을 겁니다.

개천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바닥이 자갈인 곳만 골라서 온힘을 다해 비벼대면서 알을 낳고,

또 좀 쉬었다가 올라가서 역시 큰 자갈에 몸을 퍼득여 알을 낳고...

꽤나 긴 시간이 걸리더군요.

그러니, 산란이 끝나면 말그대로 초죽음이 되는 거지요.

그렇게 낳아 놓은 알에 정자를 뿌려야 하는 수컷도 상황은 큰 차이가 없다고 봐야 할 거 같습니다.

수컷들도 결국은 돌멩이나 자갈과 바위 위에서 뿌려야 하니깐요.

이때, 탈진을 하거나, 산란후 몸조리가 부실하거나,
그때 하필 물이 줄어들거나 하면(산소 부족 등으로) 황천길로 가는 거지요.

이렇게 죽은 사체들이 떠내려가다가 물살이 멈추는 곳에서 쓰레기들과 같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보고,

평소에는 물고기의 생태에 전혀 관심도 없거나, 자신의 공명심을 만족시킬 좋은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이

"OOO때문에 물고기들 떼죽음"하고 거품을 물고 떠드는 거지요.

(작년 자출에 재미를 붙일 무렵인 초여름 한강 하류에서는 산란을 위해 바다에서 올라온  참숭어들도
 이처럼 사체들이 가양대교와 방화대교 사이 모래톱에 떼로 둥둥 떠다니는 거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때는 사진을 못 찍었지만, 올해는 반드시...
 참고로, 참숭어들은 물에서 꽤나 높이 솟구쳐 뛰어 오릅니다.
 산란을 위해 배에 충격을 주는 동작이지 싶은데,
 그래서 이런 말이 나왔지요.
 "숭어가 뛰니까 망둥이도 뛰고, 어중이, 때중이도 뛴다"고.
 숭어가 물 밖으로 뛰어 오른 모습은 사진으로는 타이밍 맞추기가 정말 힘듭니다.
 카메라로 동영상을 몇시간 돌리다 보면 찍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안양천쪽으로 내려오면서 유심히 살펴보았는데, 잉어들 산란 동작은 더 이상 안 보였습니다.

할 수 없이 더 이상 사진은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오다 여의도샛강생태공원으로 접어들었는데,

물가에 심어둔 꽃들이 활짝 피었다가, 막 시들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건너편 자전거들이 지나가면서 프레임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을 노려서 찍어봤는데,

타이밍 맞추는게 쉽지가 않습니다.













참고로, 이 꽃들을 이름을 적을려고 했더니,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저는 여태까지 창포 = 붓꽃 = 아이리스로 알았는데,

지금 확인해보니, 창포는 별개의 식물이라고 하네요.

그렇다면, 제가 찍은 보라빛깔 꽃들이 창포인지 아니면 꽃창포(=붓꽃=아이리스)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시 가서 공무원들이 박아놓은 표식을 보고 와서 똑바로 알려달라고 하시면,

"아니, 전문가들이 어뢰의 증거라고 내놓은 물품들도 안 믿는 분들이 공무원들이 해놓은 거는 어떻게 믿을 수 있나요"

라고 변명을 해볼랍니다.

그리고, 마지막 사진의 노란색 꽃은 "노랑꽃창포"라고 부르는 모양인데, 역시 장담을 못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