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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의도 샛강의 오리 가족들


6월 6일 현충일...

기온은 아직 본격적인 여름 기온이 아니지만, 날은 훌쩍 길어져 보름만 있으면 낮이 가장 긴 하지입니다.

자출의 기회가 없어졌다고 어영부영하다보니, 자전거 타기 좋은 계절을 다 보낸게 아닌가 하는 후회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아침에 일찍 일어난 김에 두 시간 동안 다큐 보다가 6시쯤에는

이제는 날도 밝아졌겠지... 하는 생각으로 다혼 카덴자를 끌고 샛강으로 나갔습니다.

오늘 기온은 여름 기온 만큼 올라간다네요.(서울 낮 최고 25도 예상)

샛강 자전거도로에는 이른 새벽부터 나선 듯한 중년, 노년의 라이더들이 꽤나 많이 보입니다.

대방교 아래로 들어가 당산동 방향으로 라이딩을 하고 있는데,

건너편에서 이제 막 알에서 깬 듯한 새끼오리들을 데리고 어미(?)가 물구경을 시켜주고 있습니다.

자전거를 세우고 똑딱이를 꺼냈습니다

DSLR 렌즈의 줌 수준으로 바짝 당기지는 못하고 3배 줌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새끼들이 열 마리 정도였던거 같은데, 어미가 위험 신호를 보냈는지 죄다 엄폐?은폐?를 하느라고 본능적으로 움직입니다.



위 사진으로는 새끼오리 7마리만 보이네요.

나머지는 어미 뒤에 숨었나?



두 번째 사진을 찍기까지
 
어미와 새끼들은 나름대로 풀섶으로 도망들을 치고,(사진의 왼쪽)
 
미처 도망을 가지 못한 두 마리도 최대한 몸을 숨겨보려고 안간 힘을 다 쓰는 군요.(사진의 오른쪽)

이제 갓 깨어난 녀석들이 대견하기만 합니다...



집으로 돌아와 아침을 먹고 한 숨 돌린 뒤, 집사람과 함께 이번에는 "걸어서 샛강 한 바퀴"를 나서봅니다.

여의도샛강생태공원은 공원 조성의 시기가 그나마 최근이어서 그런지,
 
마구잡이 시멘트발림 공원 대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최대한 살려서 공원을 만드는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나무나 풀들, 습지 등을 원형 그대로 남겨둔 부분도 있는데,

반바지로 그 풀들을 헤치면서 다니기에는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점도 있습니다.

지하수를 방류하는 지점과, 한강 본류의 물을 끌어오는 지점 두 군데를 지나면,
 
상류쪽으로 올라감에도 불구하고 샛강 물은 흐름이 더욱 느려지고, 물빛은 더욱 혼탁해집니다.

그래도, 물빛의 혼탁도는 물고기들의 서식환경과 정확히 역비례하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저런 더러운 물에서 어떻게 살지? 다른 물로 도망가야 하는거 아닌가"하는 걱정에도 불구하고

꽤나 많은 물고기들이 샛강에서 살림을 차리고 있습니다.

잉어들인지, 아니면 황어들인지 모르겠으나, 큼지막한 물고기들도 얕은 물에서 희롱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잉어 산란철이 아직 끝나지 않았나 봅니다.



왜 산란으로 추측하느냐 하면, 방향이 물을 거슬러 가는 쪽이기 때문입니다.

대개 산란을 할 때는 물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산란을 하더군요.



작은 고기들도 꽤나 많이 보였지만, 사진을 찍으면 눈에 잘 띄지도 않고 해서, 찍기를 단념했습니다.

그리고, 물에서 솟구치는 놈들도 꽤 있는데,(심지어 왜가리 바로 앞과 옆에서도 날 잡아 먹으라는 듯이)

그거 사진으로 찍을 수 있는 타이밍 맞추려면, 신기에 가까운 솜씨와 장비가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대신에 위 사진처럼 유유자적하게 물 흐름에 맞춰 하류로 떠내려가는 놈을 하나 찍을 수 있었습니다.

잉어로 추정됩니다.



샛강과 한강 본류와의 합수부 근처(500미터? 정도 남겨둔)까지 왔을 때

또 다른 오리가족을 만났습니다.

장소도 장소지만, 새끼가 네 마리인 걸로 봐서도 아침의 오리가족이 아닌 다른 오리가족인 거 같습니다.

집사람은

"저거 혹시 돈으로 사와서 풀어 놓은 거 아냐"라고 놀라워 합니다.

정말로 돈주고 사서 풀어 놓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눈치입니다.

세상에 두 발 달린 짐승들이 제 발로 어디든지 못 가는 데가 없는데,(오리는 게다가 두 날개에 발갈퀴까지 있는데)
 
그걸 어떻게 풀어 놓은 걸로 생각하고, 풀어 놓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오리를 샛강에 풀어 놓았다고 하더라도, 지네들이 살 만한 곳이 아니면 벌써 딴 데로 가버렸을 것이다"라고 했더니,

논리적으로는 이해가 되는 모양인데, 정서적으로는 그 신기한 느낌이 도저히 수용이 안 되는 모양입니다.

(어미는 사서 풀어 놓을 수 있다 쳐도, 새끼는 어떻게 사 올 수 있을까요? 새끼들 안 죽이고 일가족 전체를...)



아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샛강에 나왔던 젊은 아버지가 아들에게 오리 가족을 보라고 알려 줍니다.

아마,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그 아들에게는 일생에 이런 기회가 손에 꼽을 정도밖에 안 올 겁니다.

젉은 아버지는 핸드폰을 꺼내 오리 가족 사진을 찍기 시작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왜 샛강의 오리가족들 사진찍는 아버지와, 오리가족들을 쳐다보던 헬맷 쓰고 자전거 탄 꼬마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지 않았나 후회됩니다.

좋은 장면이 나왔을텐데...



그 사이에 오리 엄마는 새끼들을 이끌고 방향을 바꿔 상류쪽으로 이끌고 갑니다.



집사람이 뜬금없는 질문을 합니다.

"저 앞에 있는 오리는 엄마일까, 아빠일까?"

오리알을 마지막까지 부화시키고, 물로 데려가는 것은 당연히 어미의 몫이지요.

그래서, 만일 어미오리가 아닌 사람이 오리알을 부화시키면,
 
오리새끼들은 알에서 나오면서 처음 본 그 사람을 제 어미로 알고 졸졸 따라다닌다고 하지요.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을  집사람은 왜 굳이 물어봤을까요?

몰라서?

아니면 당연한 상식을 다시 환기시킴으로서 자신이 어미임을 나에게 새삼 일깨워주려는 것이었을까요?

아비 떠나고 없는 어미가장 오리가족들을 꾸려나가는 어미오리들도 대단하지만,

뜬금없는 질문으로 허를 찌르는 여자사람들도 대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