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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의도 샛강에서의 불륜 장면

4월 말인가 5월 첫날인가에 한강자전거도로 샛강 부분이 개통될 예정이었습니다.

저는 개통 전 공사가 한창인 4월 29일쯤에 몰래 다녀온 터였고,

정식으로는 지난 토요일 5월 8일 낮에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샛강의 그 혼탁한 물에서 물고기들이 산란하는 장면이 눈에 띄더군요.

자전거를 멈추고 똑딱이 디카를 꺼내서 찍으려는데, 얘들(이라고 해봤자 암, 수 한 쌍)이 도망을 가는 겁니다.

아니 무슨 지들이 불륜의 현장이라도 들킨 것처럼...

한참을 기다렸더니, 개울의 반대편쪽에 나타나서 또다시 희롱을 하고 있습니다.

찍기는 찍었는데,

혹시 보이시나요? 약간 거뭇한 색깔, 그리고 우에서 좌로 흐르는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모습...

등짝이 거뭇한 걸로 봐서 누치는 아닌 거 같고, 황어나 잉어 쪽인 거 같습니다. 크기는 팔뚝만 한 게 30cm는 넘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사진 속의 황토빛으로 물색깔이 흐려진 부분도 얘네들이 산란하느라 흐려놓은 겁니다.












제 몸을 부벼 산란을 유도하다보면 날카로운 자갈에 살점이 찢겨 나갈 수도 있는데,

그래도 생명의 사명인 양, 어미와 아비 된 의무를 다 하겠다고,

저 혼탁한 물까지 찾아 와서 한사코 봄의 축제를 펼치는 것을 보면,

자연과 생명은 새삼 경외롭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때로는 죽이고 죽는 것이 생명의 참 면목인지도 모릅니다.


그걸 두고 생명을 경시한다고 말하는 것은 위선일 수도 있습니다.

 

생전 구경도 못해본 단양쑥부쟁이를 두고 핏대를 올리는 분들이 저 생명의 축제는 왜 외면하시는지.

 

"야 니들 그러다 죽는다. 알 그만 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