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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동해안 라이딩 1차 둘째날 - 2011.02.05. 오전 해오름성끝마을


이번 라이딩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곳을 고르라고 한다면,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을 한 곳만 골라보라고 한다면,

저는 주저없이 "울산 방어진 성끝(섬끝)마을"을 꼽겠습니다.


남들은 해운대 달맞이고개니, 간절곶이니, 호미곶이니 하는 유명한 관광명소들을 들겠지만,

그런 곳들은 속빈 강정이나 소문난 잔치집처럼 실속에 비해 명성만 자자할 뿐,

들인 발품이나 고생에 비해 별로 감흥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대개는 번잡하게 관광객들로 북적거려서 제대로 감상도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 곳 성끝마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 조용하게, 그러나 푸근하게 자리잡고 있으면서도,

사람들에게 별로 알려지지 않아서 한적하고 느긋하게 즐길 수 있으며,

더구나 금상첨화인 것은 아직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나 쳐바르는 식의 관광지 개발이 이뤄지지 않아서

자연 그대로의  경치가 살아있는 곳입니다.

울산시가 관광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망쳐놓은 간절곶과 비슷한 지형이면서,

돌섬과 방파제와 항구와 야트막한 산등성이,

그리고 그 언저리에서 살아온 주민들의 숨결까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참으로 보물같은 곳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지점이어서, 대왕암으로 넘어가는 모서리만 보았을 뿐,

제대로 구경을 못하고, 사진도 못 찍었기 때문에, 한 번은 더 가보고 싶다는 아쉬움이 남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제가 지금  제 발등을 찍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만 알고 꼬불쳐 둬야 할 곳을 동네방네 소문내는 바람에 손을 타게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이 마을의 이름은 원래 섬끝마을이었던 것이 성끝마을로 바뀐 거 같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울산시가 공원화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해오름성끝마을"이라고 이름을 바꿨습니다.

이름은 잘 지은 것 같습니다.

몇 장 찍지 못했지만 설명을 드리자면, 아래 사진은 성끝마을 외곽에서 대왕암 방향의 해변을 찍은 겁니다.

사진  중앙부의 자그만 돌섬이 바로 대왕암공원이고, 그 왼쪽에 (보이지는 않지만) 울기등대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곳으로 뻗어있는 노란 비포장길.

한 눈에 보기에도 걸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지 않으십니까?

제주 올레길을 걸어보지는 못했지만, 결코 뒤지지 않을 겁니다.

울산시가 벌써 성끝마을에서 대왕암까지의 해안산책도로(이름은 까먹었음)를 조성해 놓았습니다.



이번에는 반대쪽을 찍어봤습니다.

눈에 보이는 집들 너머에 방어진항이 있고,

수평선에 보이는 배들을 따라 왼쪽으로 가면 사진 바깥쪽에는 슬도와 슬도등대와 슬도방파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해안도로변의 바위해변에서는 지금 막 굿판을 펼치고 있습니다.

낚싯군이 등지고 앉아있는 바위에서 왠지 모르게 영험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으십니까?

물어봤더니, 아주머니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재수굿을 하는 모양인데, 자세한 얘기는 안 해주시네요.

(지금 "다음/DAUM" 지도를 보니, 부근에 "상여바위"가 있다고 나옵니다그려.)